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윤홍식의 채근담 강의] 3. 마음은 밝게 재주는 은밀하게

3. 마음은 밝게 재주는 은밀하게 


군자의 마음 씀은 푸른 하늘이나 밝은 태양과 같게 하여,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군자의 뛰어난 재주는 옥을 감추고 진주를 감추듯이 해야 하니,
남들이 쉽게 알아차리게 해서는 안 된다.

君子之心事 天靑日白 不可使人不知
君子之才華 玉韞珠藏 不可使人易知(전집-3장)



군자는 하느님이 주신 순수한 마음인
‘양심’을 밝히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들이 늘 명심해야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은 덕(德)을 돕지,
재주(才)를 돕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결코 ‘덕’만 의미가 있고,
‘재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재주’란 남을 살리는 도구로도
남을 죽이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기에,
늘 ‘덕’이 재주를 앞에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덕’이란 앞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양심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양심을 따라서 사랑(仁)을 실천하는 것,
정의(義)와 예절(禮)을 실천하는 것, 지혜(智)를 이루는 것,
이 모든 것이 덕의 중요 항목입니다.

인의예지의 덕이 재주를 인도할 때,
재주는 인의예지를 지상에서 구현하는 것을 돕는 최고의 수단이 됩니다.
반대로 잔인과 불의와 무례와 무개념이 재주를 인도할 때,
재주는 나와 남 모두를 불행과 고통에 빠뜨리는 악랄한 수단이 됩니다.

그러니 군자는 덕을 이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뛰어난 재주를 배양하는 것을 중시하되,
재주가 본래의 취지를 잃고 오용되는 것에 대해 철저히 경계합니다.

‘덕’이 인도하지 못하는 ‘재주’는 위태롭고,
‘재주’가 부족한 ‘덕’은 곤궁한 처지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채근담]은 ‘덕’과 ‘재주’를
올바르게 배양하는 요령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덕’을 배양하는 요령을 살펴보겠습니다.
군자가 덕을 올바르게 배양하여
늘 양심 그대로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감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양심을 기르는 최고의 심법입니다.

양심을 배양하고자 하는 이가,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감출 꼼수를 부린다면
어떻게 큰 덕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군자는 자신의 잘못에 있어서 
누구보다 솔직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나의 속마음을 아는 이는
나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별별 추잡하고 음탕한 생각으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남이 보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겉으로는 깨끗한 척 자신을 포장합니다.

이래서는 곤란합니다.
아무리 마음을 닦고자 하여도
이런 식으로는 공부가 늘지 않습니다.
양심이 자라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유가의 경전 [대학大學]에서는
“소인이 한가로이 있을 때에 악한 짓을 함에 못하는 짓이 없다가,
군자를 본 뒤에 슬그머니 그 악한 짓을 숨기고 선함을 드러낸다.
남들이 그 사람을 봄에 폐부를 다 들여다보듯 할 것이니
무슨 유익함이 있겠는가?”라고 말한 것입니다.

우리는 남에게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사실 우리의 속마음은 분위기로 표정으로 말로 몸짓으로
남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진심으로 자신의 양심을 배양하고자 하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속마음을천하에 공개하여
누구나 곧장 그 잘잘못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잘못된 마음 씀이 있었다면 감추려 들지 말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공개하고 곧장 바로잡아야 합니다.

악은 그 세력이 미약할 때 바로잡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악이 아무리 미약하다고 해도
남이 볼까 두려워 속으로 감추면서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하다보면,
내면이 황폐해져서 끝내 양심이 잠식당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남을 속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부터 속여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을 속이게 되면,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고서 양심이 밝아지는 법은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채근담]은 자신의 마음을
푸른 하늘이나 밝은 태양과 같게 하라고 한 것입니다.
푸른 하늘에 구름이 하나 일어나면 누구나 곧장 그 가려짐을 알 수 있습니다.
밝은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면 누구나 곧장 어두워짐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푸른 하늘이 다시 드러나면 누구나 이를 알 수 있으며,
밝은 태양이 다시 밝아지면 누구나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은 이렇게 관리해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비판하는 자는 양심이 밝아지며,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자는 양심이 캄캄해지는 법입니다.
이것이 군자의 양심을 배양하는 요령입니다.

다음으로 ‘재주’를 관리하는 요령을 살펴보겠습니다.
[채근담]은 귀한 보석을 남에게 감추듯이 재주를 숨겨두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재주를 관리하는 요령이라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첫째로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빠져
‘실덕’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재주를 남들에게 드러내다보면
자연히 남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더 인정을 받고 싶은 욕심에 빠지기 쉽습니다.

남보다 나은 것이 하나만 있어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사람인지라,
자꾸 칭찬을 받다보면 점차 에고의 마음이 자라날 것이니,
이때 균형을 잃게 되면
실덕하여 양심이 어두워지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둘째로 남들의 칭찬으로 ‘자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자만에 빠진 사람은 더 이상의 진보가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의 재주를 남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셋째로 사람은 ‘남모르는 재주’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사에서 찾아오는 각종의 위기에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양심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분명 재주가 필요합니다.
개인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카드가 너무 까발려져서는
남들에 의해 쉽게 제압당하기 마련입니다.
미리 수를 읽히게 되면 악인의 술수에 걸려들기 쉽습니다.
최적의 타이밍까지 재주를 잘 감추어 두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누구에게도 제압당하지 않고
천하에 양심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남모르는 재주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자, 이제 정리해봅니다.
자신의 심사는 남들에게 솔직히 공개하여
조금도 숨기려 들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재주는 남들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여,
재주로 인해 실덕에 이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며
재주를 잘 배양하여 선이 악을 제압하는 것을 도와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마음’과 ‘재주’를 관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덕’이 길러질 것이며,
‘재주’는 본래의 목적을 잃고
잘못 사용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군자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또한 군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우리들에게도
반드시 필수적인 사항들입니다. 
이렇게 닦아 가다보면
자신과 남을 속이는 일들이 차차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양심이 내면에 뿌리를 내림에 따라,
스스로에게 인정을 받아
내면에서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이 샘솟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잘못된 생각이 일어나게 되면,
그것을 감추고 숨기려 들지 말고
천하의 사람들에 솔직해야 합니다.  
그리고 천하의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할 수 있게,
자신의 마음을 깨끗이 바로 잡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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