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윤홍식의 채근담 강의] 9. 깊은 밤 홀로 참마음을 관조하라

9. 깊은 밤 홀로 참마음을 관조하라


깊은 밤 사람들이 잠들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마음을 관조하노라면,

망령된 마음이 다하고
참마음이 오롯이 드러남을 비로소 깨닫게 되니,
매번 이 가운데서 큰 맛을 얻게 된다.

참마음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망령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되니,
또한 이 가운데서 큰 부끄러움을 얻게 된다.

夜深人靜 獨坐觀心
始覺妄窮而眞獨露 每於此中 得大機趣
旣覺眞現而妄難逃 又於此中 得大慚忸(전집-9장)


한 번 상상을 해보십시오.

밤이 깊어 캄캄하여 사방이 뵈지 않고,
사람들이 모두 잠에 들어 적막하기 그지없을 때,

홀로 몸을 단정히 하고 앉아,
자신의 마음을 관조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사방이 캄캄하고 조용하면
우리 마음은 쉽게 고요해지게 됩니다.
홀로 자신의 마음을 관조하면
우리 마음은 또랑또랑 깨어있게 됩니다.

고요한 중에 깨어있는 마음,
이 마음이 바로 ‘참마음’입니다.

어떠한 생각과 감정과 오감에도 물들지 않는
순수한 자리가 바로 여기입니다.

고요하니 어떠한 잡념도 머물지 못하며,
깨어있으니 흐리멍덩함이 방해하지 못합니다.

바로 이 상태가 우리의 참모습이자 본래면목인
‘텅 빈 알아차림’의 상태입니다. 

사방이 캄캄하니
세상이 있음을 모르며,
사람들이 조용하니
남이 있음을 모릅니다.

세상과 남들을 모두 잊고
홀로 자신의 마음을 관조해보십시오.

마음속에 어떠한 번뇌와 망상이 떠오르건
일체 “모른다!”라는 마음으로 무시하십시오.

그리고 오직 생각이 끼어들기 이전의 
‘나의 존재감’만을 관조하십시오.

망령된 마음들이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며,
참마음이 서서히 드러날 것입니다.
 

바로 이때,
우리는 참마음이 지닌 참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순간이야말로 불가에서 말하는 ‘돈오頓悟’의 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의 본래면목을 되찾더라도,
우리는 우리 에고의 묵은 살림살이가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참마음이 오롯이 드러나게 되더라도
묵은 번뇌 묵은 망상이 스멀스멀 피어나게 됩니다.  

도심의 광명함이 내면에 충만하더라도
인심의 망령됨이 없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입니다.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이
불교의 ‘돈오’에 해당하는 ‘성령체험’을 하고나서,
자신이 성령(도심)보다는
욕정(인심)을 따른다는 사실에 더욱 괴로워하며,

나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합니다”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러한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깨닫기 전에는,
자신이 위태로운 인심을 따르며 산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참마음인 도심을 깨닫고 나면,

자신이 개인적 욕망에 충실한 삶인
인심만을 따르며 살았다는 사실을 여실히 알아차리게 되고,
이를 크게 부끄러워하게 됩니다.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참으로 깨달은 뒤라야
제대로 부끄러워하고 제대로 반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깨닫기 전에는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명확히 알지 못하기에,
제대로 된 반성도 제대로 된 참회도 어렵습니다.



참마음인 도심이 내면에 훤히 드러날수록
망령된 마음이 더욱 더 부끄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오히려 예전에는 당당했던 일마저도
참으로 부끄러운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알음알이가 조용해질수록
알아차림은 광명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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