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윤홍식 번역/해설
사람들에게 공부법을 가르칠 때는 한가지 방법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처음 학문을 할 때에는 마음은 원숭이와 같고 생각은 말과 같이 날뛰어서 붙잡아 둘 수가 없다. 또한 그 생각하는 바는 거의 개인적인 욕망일 뿐이다. 그래서 정좌(靜坐)와 생각을 쉬는 것(息思慮) 가르치는 것이니, 오래하게 하여 마음과 생각이 조금 안정되기를 바란 것이다. 다만 텅 빈 것에 매달려 고요히 지키기만 하여 죽은 나무, 불꺼진 재와 같게 되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게 된다.
그때는 그에게 마음의 성찰(省察, 사욕을 살피어 반성하는 공부)와 극치(克治, 사욕을 극복하여 다스리는 공부)를 가르쳐야 한다. 성찰과 극치의 공부는 조금이라도 방심하여 끊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니 마치 도적을 제거하는 것처럼 깨끗이 쓸어내어 맑게 하려는 절실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특별한 일이 없을 때는 여색을 좋아하는 마음, 돈과 재물을 좋아하는 마음, 명예를 좋아하는 마음 등의 사욕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그 병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여 다시는 재발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이렇게 하여야 그 중심에서 쾌감이 느껴질 것이다.
사욕을 제거할 때는 항상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하여 한결같이 눈으로 보고 한결같이 귀로 들어서 주시하고 있다가 한 생각이라도 싹트면 곧바로 사욕을 제거하고 다스려서 단호하게 잘라버려 사욕이 멋대로 행동하거나 머무는 것을 절대 막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출구를 열어주어서도 안된다.
바야흐로 참된 공부가 되고, 개인적 욕망들을 깨끗하게 쓸어내서 제거해야할 욕망이 없게되면 진실로 고요히 있을 수 있게 되는 때가 오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고민하랴(何思何慮: 周易)”의 경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지는 처음 학문을 할 때의 일은 아니다. 초학자는 반드시 반성하고 살피어(省察) 이겨 다스리는(克治) 공부를 항상 생각해야 하니 바로 “항상 정성스럽기를 염함(思誠: 孟子)”이라는 것이다. 오로지 하나의 "하나님의 뜻(天理)"만을 생각하여 하나님의 뜻의 순수, 완전함을 얻게 되면 그것이 바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고민하랴”는 경지인 것이다.
유학적 심법을 강조한 대표적 학자인 왕양명의 <전습록>에 나온 글입니다.
양명은 정신공부의 3단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첫째는 “정좌”를 써야 할 단계로 정좌는 산란심을 다스려 참나각성을 이루는 공부요,[돈오]
둘째는 “성찰,극치”를 써야 할 단계이니 성찰과 극치는 무념무상에만 안주하는 마음을 다스려 사욕과 업장을 제거하는 공부이며,[점수]
셋째는 “하사하려(何思何慮)”의 단계로서 타고난 본성 즉 양지(良知) 그대로인 경지입니다.[궁극의 깨달음]
마음이 산란할 때는 고요하게 하고 어두울 때는 밝게 깨어있게 하여 쉬지 않고 노력하여 가면 모든 노력을 떠난 자연 그대로의 경지인 온전히 "천리(天理)"를 체득한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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